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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훈아가 욕을 먹고있는 이유

by fruiter 2020. 10. 6.

최근에 가수 나훈아가 KBS에서 아주 역대적인 기록을 세웠다.

'가황' 나훈아가 지난 추석 연휴 KBS2에서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콘서트가 방영을 했다.

올레 TV 기준으로 70%를 넘었다는 말도 있는데 공식 시청률은 29%라고 한다.

 

 

15년 만에 안방극장을 다시 찾은 나훈아 콘서트가 국민들과 대중문화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콘서트 도중 밝힌 말들이 하나하나 조명을 받게 된 것인데, 코로나 19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국민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반응도 크다. 나훈아는 이번 콘서트에서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아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 '(소크라) 테스 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라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 'KBS가 여기저기 눈치 보지 않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이로 인해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조명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훈아의 과거에 대해서도 다시 조명이 되고 있어 화재다.

그중 첫 번째로는 삼성사건이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삼성을 소개하는 책자에 기록된 부분이다.

 

이 책에는 이건희 전 회장과 삼성을 둘러싼 다양한 일화가 실려 있는데, 연예계와 예술계에 얽힌 일화도 들어있다. 가수 나훈아 씨와의 일화도 그중 하나다. 이 책에 따르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의 파티에는 연예인, 클래식 연주자, 패션모델들이 초청됐다. 가수의 경우,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2~3곡을 부르고 3000만 원쯤 받아간다. 이 전 회장 일가의 파티 초청을 거절하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가수 나훈아다. 삼성 쪽에서 아무리 거액을 주겠다고 해도 나훈아를 불러 노래를 부르게 할 수는 없었다. 나훈아는 대략 이런 입장이었다고 한다. "나는 대중 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을 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 돈으로도 사지 못하는 한 가수의 자존심과 긍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책은 나훈아를 포장하는 책이 아니라 삼성을 소개하는 책이라서 그 내용이 더 신뢰가 간다.

돈 앞에서 약해지지 않고 본인만의 가치관이 굉장히 뚜렷한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은, 국회의원 제안 사건이다.

과거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까? 란 질문에 대한 나훈아의 대답이 화재가 되었다.

"아닙니다. 이주일 씨가 국회의원 나갈 때, 사실은 당시 여당에서 프러포즈를 받았습니다. 그때가 1월이었는데 애들하고 스키장에 가 있었습니다. 아무 연락도 하지 말라고 하고 가 있었는데 우리 회사 사장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좀 높은 데서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돌아와서 들어보니 국회의원 하라는 겁니다. 그때 여당 당직자가 저녁 약속을 하자고 해서 내가 전화로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라고 했더니 그쪽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정치를 좀 하셔야 되겠습니다"라고 그래요. 그 말을 듣고 제가 당장 이랬어요. "여보시오, 내가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나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울긴 왜 울어를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잘 부른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이클 잭슨이 저보다 울긴 왜 울어를 더 잘 부른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죠, 그거야 나훈아 씨가 최고로 잘 부르죠", "그러면 내가 뭘 해야 합니까? 정치를 해야 합니까? 노래를 해야 합니까?"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참 미워요.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뭘 하면 나라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 않고, '아 저놈 인기 있으니 내보내면 당선되겠다. 그럼 우리 당이 한 석 더 차지한다. 이런 생각만 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국회가 왜 저 모양입니까? 돈 좀 있으면 국회의원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저 안에 국회의원 자격이 있어서 앉아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됩니까? 국회의원은 정말 엘리트가 해야 합니다. 잘 배우고, 사고가 똑바르고, 정말 국민들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합니다.

 

 

 

 

 

이 일화를 통해 가수 나훈아는 권력 앞에서도 약해지지 않고 소신발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이혼을 한 전부 인 인 김지미에게 여자는 돈이 없으면 못 산다는 말과 함께 전재산을 넘겨서 화재가 되기도 했으며, 쇼를 할 때마다 분장실에 찾아와 여자 무용수들을 희롱하는 깡패들을 참지 못하고 싸우다가 난 상처가 아직도 얼굴에 남아있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북한 사건이 있다.

김정일은 물론 김정은도 나훈아에 팬심을 표현한 적이 있는데 나훈아는 왜 오지 않았느냐는 대답이 스케줄 때문에 오지 못했다는 말에 김정은의 표정이 변한 일화가 있었다.

이렇게 북한에서도 나훈아를 보고 싶어 하는데 나훈아는 한 번도 북한을 간 적이 없다.

 

나훈아는 후에 콘서트에서 그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원래 이 공연은 평양에서 하기로 되어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제재와 간섭을 받으면 이런 공연은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자신의 공연에 제재를 가하고 간섭을 하는 북한에는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산가족 상봉도 고작 몇백 명 만나게 해 주는데 언제 다 만나게 해 주냐. 할 거면 제대로 해라. 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싫다. 너무 느려 터졌다. 쾌지나 칭칭 나네를 부르겠다. 근데 북한이 들을 수 있게 크게 부르자. 왜냐하면 북한도 같이 정신 차려야 되니까. 

 

그리고 이 발언 이후에 열린 콘서트에서는 김정은이 암살했던 김정남의 사진을 떡하니 걸어놨는데, 그 이유는 김정남이 살아생전 '고향으로 가는 배'를 즐겨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향으로 가는 배를 10번 부르더니 울기까지 하며,암살당한 사람을 추모하는 콘서트를 한 것이다. 이런 나훈아와는 반대로 당시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조용필의 사진은 지금도 욕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훈아가 욕을 먹고 있다. 콘서트 당시 했던 멘트 때문인데, 

"여러분 정말 우리에게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우리 의사, 간호사 여러분, 그 외의 관계자, 의료진 여러분들이 우리의 영웅들입니다."라고 했던 말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의사는 영웅이 아니라고 했는데, 영웅들은 의사 말고 간호사라고 했는데 그 의사들에게 박수를 치라고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시작이 된 것이다. 

즉 대통령은 의사를 적폐라고 하지만 나훈아는 영웅이라고 말하니까 혼란스러워한 것이다.

 

 

 

 

거기서 뒤이어 한 말이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이 부분에서 대통령이라는 말이 언급이 되니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청자들이 화가 난 것이다.

그러면서 온라인상에서는 각종 나훈아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악플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훈아를 가리키며 일베니 쌍도니 딴따라, 주제 파악을 못한다 등 별별 소리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포인트에서 비난을 받게 되는데,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IMF 때도 이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서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입니다."

라는 멘트에서 '유관순 열사'를 왜 유관순 '누나'라고 했냐는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유관순은 누나고 윤봉길은 의사? 라는 식으로 지적을 하며 나훈아를 한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며 다소 격한 악플들이 달렸다. 여성인권에 힘을 쓴다는 사람들인 것인데 이런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기원전 399년 사람인 소크라테스한테도 형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특히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라고 한 발언이 뜨거운 감자다. 여야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이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판으로 해석한 데 반해 여당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며 국민이 나라를 지켰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SNS를 통해 '나훈아 쇼가 끝난 뒤 정치권에서 나훈아의 명성과 무대 효과를 '전유'하려는 언술들이 있었다'며 나훈아는 나훈아로 놓아두자. 다의적으로 해설할 수 있는 언술을 자기 방식대로 전유해 정치적으로 편협하게 활용하는 것은 나훈아를 국민가수에서 정파적 가수로 협 애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신곡 '테스 형'에 나오는 가사가 떠오른다.

 

'세상이 왜 이래'

 

신곡 테스 형은 속에 맺힌 것을 한바탕 쏟아내는 것이 노래라면 나훈아의 '테스형'은 그야말로 노래다운 노래일 것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하소연하는 가사는 애써 '괜찮아'를 되뇌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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