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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버큰헤드 정신

by fruiter 2020. 7. 26.

1852년 2월 27일 새벽 2시, 영국 해군의 수송선인 버큰헤드호가 남아프리카로 항해를 하던 중 배가 갑자기 암초에 부딪혀버렸다. 배 안에는 영국 73 보병연대 소속 병사 472명과 가족 162명이 타고 있었다.

당시 비상용 구명보트는 단 3대뿐이었고 보트 당 정원은 60명이었다. 배는 점점 가라앉았고 바다에는 상어 떼가 우글거렸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서로 보트를 타기 위해 배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때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더니 병사들이 갑판 위로 집결을 했다. 당시 배의 함장이었던 알렉산더 세튼 대령이 나와서 소리쳤다.

 

"제군들은 들어라! 가족들은 그동안 우리를 위해 희생해왔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위해 희생할 때다. 어린이와 여자부터 보트에 태워라! 대영제국의 남자답게 행동하라!" 

 

 

 

 

  그러자 배 위는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승무원들이 어린이와 여자들을 구명보트에 태웠고, 병사들은 차렷 자세로 가족들이 탄 마지막 구명보트가 배를 떠날 때까지 지켜보았다. 보트에 탄 가족들은 수백 명의 병사들이 배와 함께 바다로 잠기는 것을 지켜보며 울부짖었고 그날 600명이 넘는 승선자 중 단 193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영국인들은 어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버큰헤드 정신으로!"라고 외친다. 그러면 우왕좌왕하던 이들도 곧 숙연해진다고 한다.

 

 

 

 

이런 버큰헤드 정신은 1912년 북대서양에서 타이타닉 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할 때에도 빛을 발했다. 당시 타이타닉호의 선장이었던 스미스 선장은 어린이, 여자를 먼저 탈출시키고 그 후에는 남은 탑승객들과 선원들을 탈출시킨 후 자신은 조타실에서 가라앉는 배와 마지막을 함께했다. 당시 배에 타고 있었던 2200명 중 약 1500명이 희생되었지만 여성과 어린이의 구조율이 70%였다고 한다. 배가 침몰하던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약자를 배려하고 먼저 탈출을 시킨 것이다.

 

 

 

 

이외에도 1952년, 군 수송선 엠파이어 윈드러시호의 사례도 있는데, 영국의 군인들과 가족들을 태우고 있던 윈드러시호가 알제리 인근을 지나던 중, 배의 보일러실이 폭발을 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515명의 탑승객에 비해 구명보트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이때 지휘관인 스콧 대령이 선내 방송으로 버큰헤드 훈련을 하겠다며 모두 갑판 위에 그대로 있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사고가 난 것을 알게 되면 가족들이 불안해할까 봐 훈련이라고 한 것이다. 이어 여성과 아이, 환자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웠고, 구명보트가 배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게 되자. 스콧 대령은 부하들에게 바다로 뛰어내리라는 명령을 했다. 아직 보트가 보일 때 뛰어내리면 자칫 군인들이 구명보트로 몰려가 보트가 전복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에서 부하들이 모두 뛰어내리자 그제야 선장도 마지막으로 뛰어내렸고, 다행스럽게도 폭발사고에 휘말린 일부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른 화물선에 의해 구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세월호 참사라는 가슴 아픈 비극이 있었는데 누구보다 승객들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등을 돌리고 제일 먼저 탈출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앞서 얘기한 버큰헤드 정신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정신은 이런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가질 수 있어야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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