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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록도의 두 천사 / 마리안느와 마가렛 2020년 노벨평화상 후보 추진

by fruiter 2020. 7. 26.

2005년 11월,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43년 동안 소록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를 해온 오스트리아 수녀 두 사람이 고국으로 돌아갔다. 71세의 마리안느 수녀님과 70세의 마가렛 수녀님이다. 두 사람은 1960년대 초부터 소록도에서 한센병(문둥병) 환자들을 보살피다, 떠나기 하루 전날 병원장에게만 출발 사실을 알린 채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두 수녀님의 봉사는 43년간 변함이 없었다. 날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환우들을 치료해주고, 음식을 나눠주고 살뜰히 보살펴 주었다.

수녀님들은 장갑이나 마스크도 없이 항상 맨손으로 상처를 치료했고 온몸으로 환자를 껴안아 주었다. 가족보다 더 따뜻하게 대해 주자 환우들도 두 수녀님을 '큰할매', '작은할매'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좋아했다. 

환자들은 가족도 외면하는 우리들에게 두 수녀님은 진짜 가족이었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두 수녀님은 떠나면서 다음과 같은 짧은 편지를 남겼다.

 

이제 우리 나이도 칠십이 넘었습니다

은퇴할 나이에서도 십년이 지났습니다

이곳에 더 있으면 괜한 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고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여기 있는 동안 부족한 외국인을 큰 사랑으로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 미안합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리안느와 마가렛 올림

 

 

 

 

 

정말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이런 분들이 아닐까...

얼굴이 문드러지고 손발이 잘려나간다는 끔찍한 병인 한센병은 신조차 버렸다 하여 사람들도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병이다.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이름이 붙은 전남 고흥의 이 외딴섬은 1916년 이런 한센병 환자들을 가두어 놓고 격리하면서 저주의 섬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오스트리아에서 이런 소록도를 찾아와준 두 천사가 바로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레크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분을 수녀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수녀가 아니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국립 간호학교 출신의 간호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들의 업적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두 분은 기숙사 룸메이트 였는데, 1959년 마리안느 간호사가 소록도에 처음 방문을 했고, 3년 후인 1962년에 마가렛 간호사도 소록도를 찾았다. 수많은 사람들은 물론 가족까지 꺼려한 한센인들을 고국 오스트리아 구호단체에 의약품 지원까지 요청하며 병은 물론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를 해준 것이다.

환자들이 말리는 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상처를 만지며, 오후에는 손수 죽을 쑤고 과자도 구워서 바구니에 담아 들고 마을을 돌았다. 

 

 

 

 

 

숨어서 어루만지는 손의 기적과, 보이는 선행 또한 조심스러워 두 사람은 상이나 인터뷰를 번번이 물리쳤지만 오스트리아 정부 훈장은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섬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전해진다.

또 한센인 자녀를 위한 유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정착사업에도 헌신을 하였다.

그랬던 두 분이 고령으로 인해 더는 봉사를 할 수 없게되자 2005년 어느 날 40여 년간을 머물렀던 소록도를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떠났다. 두 사람의 귀향길에는 처음 소록도에 올 때 가지고 왔던 해진 가방 한 개만 들려 있었다고 한다.

한센병 환우들의 아픔이 서린 섬을 희망의 섬으로 바꿔준 두 간호사는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을 진정한 사랑으로 보살핀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였다. 간호사협회는 이 두 간호사의 숭고한 헌신과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노벨평화상 추천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20년은 WHO가 정한 간호사 및 조산사의 해이자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으로 아주 중요한 해인데 이 두 간호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것은 이에 걸맞는 일인 것이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노벨상 추천 활동은 2017년 '마리안느 마가렛 노벨평화상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이 되었으며, 추천 위원회는 1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 100만 명을 넘어선 총 누적 수 1,091,563명이 서명운동을 동참했다.

 

 

꽃다운 20대 때부터 수천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온 이 두 간호사는 지금은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됐다.

현재 마리안느는 대장암, 마가렛은 치매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 두분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아리랑 TV에서 이 두 분 천사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 영화를 방영한다고 한다.

25일 오전 11시와 오후9시, 26일 오후 1시와 오후 11시 총 4차례 방송이 예정 중이다.  

방송을 통해 아직 이 두분에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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