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정도란 어떤 것을 결정했을 때 어느 정도나 적중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새 양복을 샀을 때, 처음 들어간 음식점에서 식사를 주문했을 때, 여행지 선택,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정했을 때 얼마나 올바른 판단을 내렸는가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면, '나는 67 퍼센트의 확률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결정 정도다.
결정 정도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엇인가를 결정한 후에 '나는 이번 결정으로 70퍼센트는 만족한다' 혹은 '80퍼센트 이상 성공했다'하는 것을 수첩에 적어두면 된다. 열 번 정도 그런 기록을 해두어 그 수치의 평균값을 계산하면 그것이 자신의 결정 정도가 된다.
대개의 사람은 자신의 결정 정도를 모른다. 그래서 '내가 결정하는 것은 정확하다'하고 믿는 과잉 확신 편향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 정도를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오하이오 대학의 할 아키스 박사는 "자신이 얼마나 정확한 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두면 과잉 확신 편향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결론에 이르기 전에 아키스 박사의 연구 팀은 58명의 남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당신의 정답은 얼마나 정확하다고 생각하는가?'하고 물어보았다.
실제 과제 예
-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계 일주 비행을 한 인물의 '라스트 네임'은?
A. 포스트 B. 코리간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출생 연도는?
A. 1809년 B. 1807년
이 실험에 앞서 10분 간 훈련을 했다. 유사한 문제를 많이 내고,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결정 정도는 60퍼센트다' 또는 '정답률은 78퍼센트다'하는 결정 정도를 정확히 가르쳐 주었다. '내가 그런 선택을 하면 대략 60퍼센트는 정답이구나'하는 의식을 갖게 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훈련을 받게 할 뿐 결정 정도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실험 과제를 풀게 한 후 각 그룹의 과잉 확신 편향을 측정해 보았다. 그 결과 자신의 결정 정도를 알고 있는 그룹은 과잉 확신 편향 득점이 -0.31이었다. 마이너스 부호가 붙어 있다는 것은 '혹시 내가 틀릴지도 모른다'하고 신중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자신의 결정 정도를 모르는 그룹은 '내 답이 맞다'하는 과잉 확신 편향을 나타냈다.
올바른 결정을 하고 싶으면 우선 자신의 결정 정도가 어느 정도 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개의 경우 '내 결정이 맞다'라고 마음대로 생각해 버린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결정 정도를 파악해 보니 30퍼센트 정도로 낮다고 해도 한탄할 필요는 없다. 결정 정도가 낮은 것을 아는 순간, 다른 사람 특히 전문가의 말을 따르는 편이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자신감으로 비뚤어진 결정을 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나는 양복에 관해서만큼 결정 정도가 매우 낮다. 내 취향대로 옷을 사면 꼭 후회한다. 패션 감각이 없기 때문으로 결정 정도가 20퍼센트 이하다. 그래서 양복에 대해서는 '내게 어울리는 것을 골라주세요'하고 점원에게 부탁한다. 그 편이 안심하고 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민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 정도가 낮으면 오히려 안심하고 타인에게 맡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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