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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공무원 연봉_대기업 부럽지않다?

by fruiter 2020. 10. 10.

대학가에 '공시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7급 혹은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 중에는 명문대 재학생도 상당하다. 2000년대 초반 연세대를 졸업한 한 직장인은 "얼마 전 모교 카페에서 후배들이 7급 공무원 시험 준비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5급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만 있었지, 7급은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년 전 7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한 국가공무원은 "7급 시험을 준비할 때 주변에서 왜 고대생이 7급 공무원이 되려고 하느냐고들 했는데, 학교에는 이미 7급 공시 스터디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더라고 말했다.

 

청년 세대가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안정성에 있다. 지난해 10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9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공시족이 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이 '정년 보장(24.4%)과 연금 지급(19.2%)이다. 급여에 대한 기대는 거론되지 않았다. 공무원은 박봉이라는 인식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는 매년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을 발표한다. 공무원 처우 개선에 참고하려는 목적에서다. 민간기업 임금(상용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의 사무관리직 보수)을 100이라 했을 때 공무원 보수는 2018년 기준 85.2. 2011년 이후 83~86을 오가고 있다.

 

 

 

 

하지만 '주간동아'가 기업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이 최근 발표한 2019 연봉 분석 보고서(연봉보고서)를 참조해 공무원과 민간기업 직장인의 연봉을 비교해본 결과 '공무원은 박봉'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더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5급 공무원의 연봉은 대기업 평균은 물론 상위 25% 대기업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급 공무원 연봉은 중견기업 평균에 거의 육박한 수준이며, 9급 공무원 연봉은 중소기업 평균보다 다소 낮지만, 하위 25% 중소기업 평균보다는 높았다.

 

연봉 보고서는 지난해 잡플래닛에 제출된 연봉 정보 가운데 유의미하다고 판단된 21만 여 건을 분석해 연차별, 지역별, 기업 규모별 평균 연봉을 산출한 결과를 담았다. 여기서 연봉은 기본급과 매월 고정적으로 받는 수당을 합한 것이다. 성과급은 제외됐다. 주간동아는 이중 기업 규모별(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외국계 기업) 각 연차(1~13년 차)의 평균 연봉을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일반직 공무원 봉급표 및 수당 규정을 참조해 산출한 공무원 연봉과 비교했다.

 

공무원 연봉 산출을 위해 우선 남성이 5급과 7급, 9급의 2호봉으로 입직해 공직 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가정했다(21개월 군 복무를 마치고 별다른 경력 없이 공직 사회에 입문하면 2호봉에 해당한다). 승진 소요 연수는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18 공무원 총조사'를 참조해 9급에서 한 직급씩 승진하는데 3년(8급)->5년(7급)->9년(6급)->10년(5급)->9년(4급)->7년(3급)->5년(2급)->4년(1급)->3년(고위공무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했다. 

 

공무원 보수는 기본급에 해당하는 봉급과 18종의 수당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가보상비, 성과상여금, 자녀학비보조수당, 주택수당, 육아 휴직수당, 특수지 근무수당, 특수근무수당(4종)은 연봉 산출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가족수당 산정을 위해 3년 차에 결혼해 5년 차와 7년 차 때 자녀 1명씩을 출산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2018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을 84%가 부양가족이 있고(평균 부양가족 수 3.3명) 평균 자녀 수는 1.88명이라는 점을 참조했다.

 

또한 매달 26만9500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것으로 가정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 때 인사혁신처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8개 중앙부처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은 인당 월평균 29만 7000원, 245개 지방자치단체는 24만 2000원이다. 따라서 이 둘의 평균(26만 9500원)을 적용했다.

 

 

 

9급 11년차, 대기업 평균 연봉 돌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산출한 13년차 공무원의 연봉은 9급 4900만 원(7급 10호봉), 7급 5600만 원(6급 12호봉), 5급 7300만 원(4급 12호봉)이다. 연봉에서 봉급 비중은 70%에 조금 못 미치는데, 봉급이 오를수록 각종 수당도 함께 올라 연봉에서 봉급과 수당의 비중은 매해 거의 변동이 없다.

 

이렇게 산출된 공무원의 연차별 연봉을 민간기업의 연차별 연봉과 비교했다.

1년 차부터 13년차13년 차 까지 줄곧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일자리는 대기업이 아닌 5급 공무원. 5급 공무원 연봉은 1년 차 때 대기업보다 740만 원 많은데, 이 차이는 갈수록 벌어져 13년 차 때 1170만 원에 달한다. 5급 공무원 연봉은 상위 25% 대기업과 비교해도 항상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급 공무원 연봉은 5년 차까지 중견기업 및 외국계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후 역전되지만, 전반적으로 중견기업 수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 1년 차부터 13년 차까지 13년간 연봉의 합은 7급 공무원 5억 8500만 원, 중견기업 5억 8680만 원으로 180만 원 차이에 불과하다.

 

'말단 공무원은 쥐꼬리 봉급'이라는 말도 더는 와닿지가 않는다. 갓 공직에 입문한 9급 공무원의 연봉은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약간 높다. 다만 4년 차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13년 차 때 중소기업(5343만 원)보다 420만 원 적어진다. 그러나 잡플래닛은 중소기업 연봉이 실제보다 상향 평가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주는 중소기업도 일부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중소기업 평균 연봉은 연봉 보고서가 제시한 데이터보다 낮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9급 공무원과 중소기업 연봉 차가 거의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위 25%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9급 공무원 연봉은 그보다 항상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국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유노조/정규직 근로자의 근속연수는 평균 13.7년으로,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 근로자 2.3년의 6배에 달한다. 공부원 근속연수는 이보다 높다. '2018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의 평균 재직연수는 15.8년이다. 이에 더해 공무원은 사실상 정년을 보장받고,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잡플래닛의 연봉 보고서가 13년 차 연봉까지만 산출을 한 이유는 그 후의 평균 연봉은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보통 민간기업의 13년 차 이상 직원은 임원으로 승진해 연봉이 크게 오르거나 더는 승진하지 못해 연봉이 종전과 별다른 변화가 없다"라고 설명을 덧 붙였다.

 

 

'직'을 유지하는 한 해마다 오르는 9급, 7급 공무원의 평생 연봉을 살펴보자. 2019년 9급과 7급 국가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합격자의 평균 나이는 각각 28.1세, 28.5세인 것을 알 수 있다. 28세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60년 정년퇴직까지 일한다면 32년간 근무를 할 수 있다. 9급 2호봉 입직자는 32년 차 때 8000만 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5급 25호봉). 7급 2호봉 입직자는 32년 차 때 8970만 원 연봉을 받는다(4급 27호봉).

 

기업 규모별 평균연봉은 대기업 4458만 원, 중견기업 3973만 원, 중소기업 3422만 원, 외국계 기업 4090만 원이다. 그렇다면 7,9급 공무원은 몇 년을 일해야 민간기업의 평균 연봉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까. 9급 2호봉으로 시작하면 5년 차 때 중소기업, 8년 차 때 중견기업, 9년 차 때 외국계 기업, 11년 차 때 대기업 평균 연봉을 돌파한다. 7급 2호봉으로 시작하면 2년 차, 5년 차, 6년 차, 7년 차 때 중소기업->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 대기업의 평균 연봉을 차례로 뛰어넘는다.

 

일자리 양극화 문제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다. 연봉보고서에서도 대기업(4458만 원)과 중소기업(3422만 원)의 평균 연봉은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5급으로 입직한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 간 임금 격차가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 간 임금 격차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연차별로 다소 변동이 있지만, 대체로 5급과 대기업의 연봉 격차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보다 크다. 1~13년 차 연봉을 모두 합해보더라도 5급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 간 격차(1억 19000만 원)가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 간 격차(1억 1600만 원)보다 조금 크다.

 

 

 

 

평생소득을 고려해 직업을 택할 때 연봉 외에 살펴봐야 할 것 가운데 한가지가 연금이다.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얼마나 될까. 직급별, 재직기간별, 공무원 연금 기대 수령액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기대 수령액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 이와 관련한 데이터는 공개된 것이 없다. 인사혁신처 인사관리국 관계자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가입자의 수령액 수준을 따로 비교 분석한 자료는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2017년 국회 국정감사 때 국민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당 월평균 수령액이 공무원연금은 240만 원. 국민연금은 38만 원으로 6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명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손실을 급여 보전으로 메꿔야 한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들의 급여는 이미 민간 대비 상당히 높다"며 공무원 연금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관 소득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구조 개혁을 논할 때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를 손에 꼽곤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는 공무원/사기업 임금격차이다. 직장 6년차가 되면 7급 공무원이 대기업 상위 연봉 25%에 비슷하게 형성된다. 게다가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득보전율이 높다. 즉 공무원은 돈을 버는 경제활동 기간에도 민간보다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못 버는 비경제 활동 기간에도 민간보다 연금수령이 높다.

 

공무원의 임금이 생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지원한 세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왜곡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무원의 경제활동은 기본적으로 나라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소요직이다. 한편 이제는 사 기업에서 거의 없어진 명절휴가비, 정근수당, 가족수당 등은 임금 왜곡을 더욱 크게 한다. 이들의 수당들은 정규 임금 산입에서는 제외가 되어 마치 '임금이 적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매년 설과 추석에 공무원들의 월봉 금액의 60%를 설날과 추석이라는 이유만으로 휴가와 더불어 추가 휴가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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