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심각한 노쇼_대처하는 방법은?

by fruiter 2020. 10. 14.

국내 스타트업 업계 인기 행사인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이 지난달 22일부터 사흘간 열렸다. 원래 오프라인 행사지만 올해는 코로나 탓에 처음으로 온라인 화상회의로 치러졌다. 참가비는 무료였다. 주최 측은 온라인 접속 한도를 감안해 사흘간 각각 450명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고, 일찍 마감됐다. '추가 신청을 받아달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행사 첫날 온라인 참가자는 예약자 450명 중 200여 명뿐이었다. 노쇼율이 60%에 육박한 것이다. 

 

 

노쇼란 no-show(예약 부도) 예약을 하고선 잠적을 하는 행위이다. 부랴부랴 행사 접속 주소와 비밀번호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누구든 들어오라'고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행사를 주최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이기대 이사는 "오프라인 행사 때는 도시락비로 1만 원을 받아도 표가 수분만에 매진되고 노쇼도 10% 수준에 불과했던 인기 행사"라며 연사에게 미안하고, 행사 준비자도 김 빠지고 참 난감했다고 했다. 나머지 이틀동안엔 각각 150명 정도만 참석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신나리 팀장은 "첫날 노쇼가 너무 심해, 참석을 하지 못할 것 같으면 미리 취소를 해달라고 공지했지만, 그에 대한 회신은 2~3건이 전부였다.

 

 

 

 

코로나 시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 된 비대면 온라인 행사에서 '온라인 노쇼'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 노쇼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초 열린 한 출판 관련 온라인 화상 행사도 100명 참가 신청을 받았지만 정작 모습을 보인 사람은 20여 명, 끝까지 남은 사람은 12명뿐이었다. 노쇼율이 80%였다. 요즘 비대면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 기업 관계자들은 '노쇼 노이로제'까지 호소하고 있다. 이벤트 업계 관계자는 "웨비나(온라인 화상 세미나) 노쇼율은 50%는 될 것"이라며 "출석을 체크하는 정부 주최 웨비나는 상황이 좀 낫지만, 참석만 할 뿐 딴짓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온라인 노쇼의 가장 큰 이유는 얼굴을 직접 보지 않으니 행사 불참에 대한 죄책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무료로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못 갈 것을 뻔히 알면서 일단 신청부터 해놓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좋은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마음, 이른바 '포모증후군'탓에 쉽게 신청하고 또 쉽게 잊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 빌 닷컴의 정보라 부사장은 "온라인 노쇼 역시 다른 참석자들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결국 의식 수준의 문제"라고 했다. 이기대 이사는 "행사에 불참해놓고 콘퍼런스 자료 좀 공유해달라는 사람도 많은 걸 보면 온라인 노쇼에 대한 죄책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사내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출장,교육 등 명목으로 공식적으로 참석 가능한 오프라인 행사와 달리 온라인 행사는 아직 제대로 된 업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기획담당 직원은 "온라인 행사에 참석한다고 말해도, 물리적으로 사무실에 앉아있다 보니 상사가 당장 급한 일을 시키면 결국 행사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벤처 투자사 TBT파트너스 임정욱 대표는 "오프라인 행사는 참석해서 소위 '얼굴도장'을 찍는 효과라는 것도 있는데, 온라인 행사는 전체 참석자 수만 표시될 뿐 누가 왔는지 잘 모르다 보니 티가 안 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 노쇼를 해결할 대안은 참가비를 받는 것이다. 적게라도 돈을 내게 해야 참가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벤트 전문 스타트업 온오프믹스의 양준철 대표는 "온라인 무료 행사가 가능한 건 기업이나 정부 등의 후원이 있기 때문인데, 노쇼를 하면 남의 기회를 뺏을 뿐 아니라 예산도 낭비하게 되는 셈"이라며 일정액의 보증금을 카드 결제로 받은 뒤, 참석하면 취소해주고 노쇼하면 부과해 행사 주최 측에 전달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습 불참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거나, 노쇼를 감안해 수용 능력 이상의 예약을 받는 곳도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인기 오프라인 행사들이 온라인에 무료로 풀리며 정보의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온라인 노쇼가 이를 다시 높이는 셈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개개인 양식에만 맡길 게 아니라 뉴 노멀에 걸맞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