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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레디메이드_'진짜'보다 더 매력적인 '가짜'

by fruiter 2020. 8. 8.

한때 미국의 '니만 마커스'라는 유명 백화점에서 진짜 모피를 가짜 모피라고 속여서 판매를 하다가 걸려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가짜를 진짜로 속인 게 아니라 진짜를 가짜라고 속여서 문제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진짜 모피가 더 비싸고 좋다고 알고 있는데 이 백화점은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

그 이유는 사람들이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모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LA의 웨스트 할리우드 지역에서는 모피 판매 자체가 금지가 되었고,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 스텔라 메카트니, 랄프로렌, 캘빈 클라인을 필두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구찌, 자라, H&M도 모피 사용 않기를 선언했다. 이어서 전 세계의 패션·유통 업계 백화점 업계들도 속속 모피 제품 반대에 동참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는 가짜 모피로 제작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매력적이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의 'Modern Meadow'라는 회사는 가죽을 배양시켜서 3D 프린터로 찍어낸다. 이는 분명 인공가죽인데 성분은 천연 가죽인 것이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 얻어낸 천연가죽으로 기존의 가죽산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Modern Meadow'는 고기도 배양을 시키는 회사다. 인공 고기를 통해 동물을 죽이지 않으면서 진짜 동물의 고기를 먹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짜 고기와 가짜 달걀이 잘 팔리고 있다. 가짜라고 말을 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식물로 고기 맛을 내는 것이라 오히려 동물성 재료가 가진 나쁜 요소가 빠지게 되면서 진짜보다 매력적인 가짜인 것이다.

 

 

프랑스의 '베트멍'이라는 패션 브랜드는 한국에서 'Official Fake'라는 타이틀로 제품 판매를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베트멍 제품의 짝퉁이 유행을 하자 진짜를 만드는 그들이 한국의 짝퉁을 재해석한 공식 가짜를 판 것이다. 진짜가 가짜를 흉내 낸 공식적인 가짜를 판매를 한 것인데, 이건 과연 진짜라고 해야 할까 가짜라고 봐야 하는 걸까.

베트멍은 패션쇼의 모델에게 DHL택배기사 유니폼을 입히고, 이 옷을 자기들 브랜드로 330달러에 판매를 한적도 있다.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것을 레디메이드(Readymade)라고 한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성품에 의미와 개념을 부여해 새로운 예술적 창조를 뜻하며, 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을 패션에 처음 적용시킨 것이 바로 베트멍인 셈이다.

또 다른 예로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스트릿 패션의 아이콘인 'Supreme'과 손을 잡고 제품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과거에 슈프림이 루이비통의 디자인을 베꼈다가 표절로 소송까지 당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자기 것을 뱃겨서 짝퉁을 만들었던 회사에게 이제는 같이 일을 하자고 명품회사가 손을 내민 것이다. 이렇게 두 브랜드가 만든 제품은 과연 명품일까 스트릿 브랜드일까 애매해진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지워지고 상위와 하위의 경계도 지워지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가짜 중에서 진짜를 압도하는 특별한 가짜들이 자꾸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의 사진 어플 중에서 'Gudak'이라는 어플은 사진을 찍을 때 24장을 찍으면 더 이상 찍을 수가 없다. 한 시간이 지나야 다시 찍을 수가 있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필름 카메라에 필름을 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찍은 사진도 바로 볼 수가 없고 삼일이 지나야 볼 수가 있다. 이역시 필름 카메라로 찍은 것을 현상하고 인화해서 보는데 시간이 며칠씩 걸렸던 과거 카메라처럼 연출을 한 것이다. 분명 스마트폰 안에 있는 디지털 앱인데 아날로그를 흉내 내는 것일 뿐인데, 놀랍게도 이 불편한 사진 앱은 세계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다.      

 

 

최근의 홈퍼니싱 열풍으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집안에 진짜 식물 대신 식물을 프린트한 액자를 두거나 진짜와 거의 흡사한 가짜 식물이나 조화를 두는 이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조화도 너무나 잘 만들어져서 진짜 꽃은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또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ixed Reality)과 같은 기술들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을 통해서 여행을 하거나 모델하우스, 회의나 공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진짜를 소비할 때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걷어 낸 것이 '클래시 페이크'(Classy Fake)이다. 짝퉁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닌 진짜보다 더 가치 있는 가짜를 적극 소비하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이며, 클래시 페이크 소비자들은 의식주 전반에서 오리지널을 고집하기보다 비록 가짜라 하더라도 창의적이고 새로운 실험을 지지한다. 이들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관성과 선입견을 과감히 버리는 이들이다.

 

 

진짜의 익숙함보다 가짜가 가져다주는 새로움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진짜와 가짜가 흑백 구조로 나뉘는 것이 아니며,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기에 '페이크 슈머(Fakesumer)'가 당당한 소비의 흐름으로 부각될 수 있다.  페이크 슈머란,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한 말로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비 욕구를 채우는 이들을 뜻한다. 이들은 고가의 제품과 비슷한 가짜 상품을 소비하거나, 진짜가 아닌 가상의 경험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진짜만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아주 멋진 가짜가 관성에 젖은 낡고 멋없는 진짜를 위협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와 라이프 스타일에서만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마케팅 전반에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 지금 우리는 진짜와 가짜의 상식마저도 바뀌어 버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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