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싫어 병'에 걸릴 때가 있다. 학생은 '공부하기 싫어 병', 주부는 '집안일하기 싫어 병', 직장인은 '일하기 싫어 병'에 걸리곤 한다. 무엇을 하는 것도 귀찮고 외출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이러한 '싫어 병'은 상당히 골치 아픈 병으로 아직 완전한 처방전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이유 없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싫어 병'의 주된 증상은 우유부단 해지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을 하면 다른 일이 걱정되어 집중이 되지 않는 증상도 생긴다. 정말 골치 아픈 병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매일 점심 식사 후에 '싫어 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오전 중은 계속 '일하기 싫어 병'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개인차는 있지만 누구나 이 병의 증상을 갖고 있다. 준비에만 시간을 들이고 일부러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싫어 병'의 일종이다. '싫어 병'은 행동 과학자 조지 더들리 박사가 명명한 것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하는 기분을 가리킨다. 어떻게 하면 '싫어 병'을 고칠 수 있을까? 더들리 박사는 아주 간단하지만 다음과 같은 행동으로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한다.
- 목덜미를 가볍게 두드린다(다른 사람에게 두드려달라고 한다)
- 스트레칭을 한다
- 팔을 살짝 꼬집어본다
- 혀를 이로 씹듯이 천천히 눌러본다
마사지도 효과적이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매일 조깅을 하거나 팔 굽혀펴기를 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해서 몸을 움직이면 '싫어 병'이 완화될 수 있다. 우유부단한 사람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엉덩이가 무겁고 몸을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사람은 의견이나 판단을 내는 것도 늦는 편이다. 반대로 결단력이 있는 사람은 신체에 활기가 있어서 언제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힘 있게 걷는다. 우유부단한 성격을 개선하고 싶으면 몸을 충분히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몸을 단련하면 머리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이런 무기력 증상이 가벼운 단계일 때는 '싫어 병' 정도로 볼 수 있지만 정도가 심각해지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의심해 봐야 한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타버리다, 소진하다'는 뜻으로 정신적·신체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우울증과 자기혐오 등 다양하게 나타나며,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극도의 무기력증에 시달리다가 일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 이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울증과 증상이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으며, 이것으로 진단된 사람들이 우울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도 많다.
충분한 휴식을 한 뒤에도 극심한 만성피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이 되며,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모든 에너지가 방전된 것 같이 업무나 일상생활 등에 무기력해진 상태를 말한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하기도 했다.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하는 직업 관련 증상 중 하나로 인정을 한 것이다.
이 번아웃 증후군이 걸리게 되면 먼저 만성적인 피로감과 함께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어렵고 감기 등 상기도 감염의 재발이 잦아지며 체력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또 이유 없는 체중감소, 알레르기 증상, 관절통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을 하지만 일반적인 검사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극심한 피로감, 전반적인 위약감, 우울감, 불면증과 함께 예민하고 쉽게 화를 내거나 심할 경우 어지럽고 실신을 하기도 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소하고 완벽주의적 성격을 보이며 좌절감과 공포감, 강박적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졸린 증상보다는 쉬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들 수 있고 불면증,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며 식욕감퇴나 심한 불안감을 보일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위장관계에 관련된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명치 부위가 뻐근해지거나 긁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며, 설사와 변비가 잦아지거나 식욕이 감퇴하고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비뇨생식기계 증상으로는 밤에 소변을 보는 것과 생리 전 긴장감이나 월경통 등이 있다. 두통이나 회전성 어지럼증, 이명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흉쇄유돌근 및 승모근의 긴장과 통증, 요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이나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이 잘 생기고 술을 전보다 못 견디며 짠 음식이나 단맛의 자극적인 음식을 갈구하는 현상도 나타나기도 한다.
번아웃 증후군의 피로 증상은 같은 상황에서도 개인마다 차이가 달라 계량적인 평가가 쉽지가 않다. 이에 1970년대부터 평가방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어왔다. 크게 설문형 피로 평가와 측정 장비를 이용한 피로 평가가 있는데, 설문형 평가로 14문항을 사용하는 '만성피로지수(Chalder Fatigue Scale)'가 가장 많이 쓰인다. 장비를 이용한 피로 평가방법은 '액티비티 레코드(Activity record)'가 있다. 인천성모병원의 홍승권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약물치료보다는 영양 섭취와 휴식 등 생활습관 교정과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생활양식과 사고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완반응 및 인지행동요법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면서 지속해서 생활습관 교정에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번아웃 증후군의 예방법의 첫 번째로는 스스로가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고,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한다. 불면은 부신 고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수면 환경의 개선과 이완 요법 등 깊은 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개인에게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분한 영양분의 섭취도 중요하다. 골고루 먹되 커피나 술, 음료수, 담배 등 자극적인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고, 인공감미료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의 노출도 피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단계에 맞춰 적절히 조정하고 심한 단계(탈진)에서는 오히려 운동이 회복을 방해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 마그네슘 및 기타 미네랄, 엘카르니틴 등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만성피로 증상을 완화하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단백질과 염분의 지나친 섭취는 칼슘의 흡수를 저하시키거나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의 경우 kg당 2g이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술도 칼슘의 흡수를 저하시키고 배출을 하게 하며, 탄수화물 대사로 생산되는 에너지의 저장과 방출에 관여하고 단백질 및 DNA 합성의 역할을 하는 마그네슘도 충분히 섭취한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저녁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깊은 잠을 자야 한다. 가벼운 운동은 깊은 호흡과 긴장 이완을 통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한다. 부교감 신경은 면역계를 자극하며, 운동은 면역 세포와 림프액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되는 야근이나 업무로 인해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만 하게 되는데, 더구나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어, 일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과도한 업무와 이로 인해 쌓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번아웃 증후군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일에 몰두했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기대한 보상을 얻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에도 이러한 증세를 겪기도 한다. 특히 서비스직 등의 감정노동자나, 위험하거나 전문성이 필요한 까다로운 직종, 교사나 의사, 사회복지사 등 사회적으로 도덕적 수준에 대한 기대가 높거나,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일수록 이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회사의 구조조정,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 과로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이러한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지키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무기력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일에 대한 집착과 강박을 버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즐거운 일인지, 신체적으로 이상 증세는 없는지, 잠은 잘 자는지, 예전보다 검정적으로 흥분하거나 하지는 않는지 등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힘들고 지친 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혼자서 해결하려고 마음속으로 감추어버리면 응어리가 져서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는 것도 괜찮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직장,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올바른 습관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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